-
우리집 고양이는 길고양이허크의 삶 2023. 10. 9. 11:12
"학생! 고양이 한번 키워볼래?"
당시 내가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에 출근하자마자
나와 친하게 지내던 우리 매장 앞 붕어빵 이모님이 물어보셨다
어리둥절했던 나는 '무슨 고양이요?'라며 되물었는데
사정은 이러했다
출산한지 얼마되지않은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들을 품은 채 죽어버렸다
어미 고양이가 죽은 이유는 붕어빵 이모님도 모르신다고 하셨는데
어디서 구해오셨는지 아마 보온을 위한것으로 보이는 스티로폼 박스에 새끼 고양이들을 넣어두셨고
박스에 '고양이 키우실분'이라는 글귀를 적어두고 붕어빵 기계 앞에 새끼 고양이들이 들어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두셨다
사정을 알게된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당장 새끼 고양이가 어떤 모습일지 보고싶었지만
귀여운 모습에 홀려 덜컥 내가 키운다며 고집부릴걸 알기에
"저희집은 동물 좋아하지않아서 키울수 없어요"라며 붕어빵 이모님께 거절의사를 보였고
새끼 고양이들을 보러 가지도 않았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계속 새끼 고양이들이 신경 쓰였으며
'새끼 고양이 한번만 보고올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직 새끼 고양이들을 본건 아니지만
나는 일단 같이 살고있는 가족들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기로했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생명은 귀한것이고 책임감이 따르는 것이므로 우리집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않았기에 안된다고 하셨고
나도 엄마말에 수긍해 '키울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그랬던 나는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퇴근시간을 1시간 앞두고 새끼 고양이들을 보러 붕어빵 이모에게 갔고
새끼 고양이들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키워야겠다'고 다짐할수밖에 없었다
4마리나 있었지만 1마리만 데려오는게 내가 할수있는 최선책이었다
사람손이 익숙하지 않았던 새끼 고양이들은 나의 손이 다가가자 하악질을 했는데
고양이의 하악질을 처음본 나는 새끼 고양이의 하악질조차 무서워
"으악! 못 잡겠어요"라고 말을했고 나를 보던 붕어빵 이모님은 본인이 해준다며 내가 가리킨 고양이 한마리를 들어 내게 건내주셨다
그렇게 우리집으로 오게된 아기 길고양이는 1시간도 지나지않아
온 집안에 울려퍼지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이게 무슨소리냐며 내 방에 오신 엄마에게 들켜버렸고 그렇게 우리 가족들은 새끼 고양이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화를 낼거란 내 생각과 다르게 엄마도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보자 화보단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계셨다
그 얼굴은 아마 본인의 말을 듣지 않은 아들의 행동에 30%의 분노와 너무 귀여운 아기고양이 모습에 반해버린 행복 70%정도가 섞인 애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애매한 표정을 보고 나는 '키울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미가 죽어버려 어미 젖을 오랜시간 먹지 못했을거란 생각에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집근처 동물병원을 찾아가 동물병원 오픈시간전부터 기다리다가 오픈과 동시에 분유를 사왔고
별 탈없이 분유를 먹는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보자 "이제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며칠 후
안타깝게도 나는 출근과 동시에 유쾌하지않은 장면을 목격해버렸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 앞 도로에 내가 데려온 새끼고양이 형제자매들중 한마리가 죽어있는걸 목격했고
그 날이후 오래되지않아 다른 한마리도 죽어있는걸 내 눈으로 봤다
내가 경제적으로 풍족해 모두 데려왔다면 한마리도 죽지 않았을거란 생각에
죄책감과 안타까운 마음이 강하게 들어 울적한 마음이 오래갔다
데려온 고양이가 어느정도 자라 분유를 떼고 사료를 먹는 나이가되자
아직은 길고양이인듯 낮에는 집 밖에서 지내고 잠만 우리집에 들어와 자는 생활을 반복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온전히 우리 식구라기보단 아직 어리기때문에 먹지못하면 죽을테니 살려만주자 라는 느낌으로 먹이만 풍족히 주던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이웃에게 피해가 갈까
사비로 예방접종과 광견병주사 그리고 임신중절수술까지 모두 시켜줬다
그렇게 지내던중
코로나라는 범지구적 재난이 발생했고 코로나 초기에 뉴스로
동물로도 감염이 될수있다는 뉴스를 보고 더이상 고양이를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날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이렇게 집안에서 같이 살게될줄 알았다면 귀를 자르지 말걸'이라는 생각에 후회가 된다
귀를 자른 이유는 정부지자체에서 길고양이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시켜주는데 임신중절은 배를 열지않는이상 확인할수가 없기에 임신중절수술 여부 확인용으로 귀를 살짝 자른다고 해서 내가 임신중절수술을 시켜줄땐 선택지가 없었기에 귀를 잘랐다
코로나라는 예상치못한 재난으로 인해
우리집에 온전히 들어왔던 아기고양이는 '두부'라는 이름과 함께 서서히 우리 가족에 녹아들었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내 딸이었다가
내 친구였다가
이제는 아마 내게 누나정도 되는 나이려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내 가족이다